| 죽재공휘상록효열장발문(竹齋公諱相祿孝烈狀跋文)
집안 일가인 동혁(東爀)이 그 부모님의 효열장(孝烈狀)을 가지고 와 나에게 보여주면서 말하기를 「이는 고을의 선비들이 관아(官衙)에 제출하여 좋은 점수를 받은 효열장입니다. 만약 어르신의 한 마디 말씀을 적어넣어 가지고 있다가 후세(後世)에 전하면 더욱 미덥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사양하다가 거절하지 않았다.
그 효열장을 살펴보니 공의 휘(諱)는 상록(相祿)이요 자(字)는 여집(黎執), 호는 죽재(竹齋)이다. 옥천조씨(玉川趙氏)는 고려 때의 문하시중(門下侍中)으로 시호가 충헌(忠獻)인 원길(元吉)을 중시조(中始祖)로 하는데, 그분의 셋째아들이 현감 휘 근(瑾)으로 공은 이분의 후손이다. 병자호란(丙子胡亂) 때 휘 암(巖)이란 분이 계셨는데 수문장(守門將)으로 임금을 모시고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들어간 공로로 원종공신(原從功臣)에 들어 훈련판관(訓鍊判官)을 지냈는데 이분이 공의 十세조이다. 득명(得命) 성순(成淳) 자옥(自玉) 영흥(榮興)이 공의 고조 증조 할아버지 아버지이며 완산(完山) 이천백(李千白)이 외조부이다.
공은 순조(純祖) 신묘년 四월 三十일에 출생하였는데, 천성(天性)이 효도하고 우애하였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상(喪)을 당하였는데 날마다 빈소(殯所)에 가서 울부짖고 곡(哭)하면서 집으로 돌아올 줄을 몰랐다. 더 자라서는 집안은 가난하고 아버지는 늙으셔 봉양할 길이 없어 이를 탄식하였다. 그래서 힘껏 나무를 하고 농사를 지어 맛있는 음식이 떨어지는 일이 없게 하였다. 아버지의 병환이 위독하게 되자 공은 날마다 개울에 가서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잡아 대접하느라 손등이 거북이등처럼 갈라졌으며, 백방으로 정성껏 약을 구해 치료하는데 하루는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약을 가르쳐주어 그걸 복용하고 효험을 보았으니, 공의 효성이 귀신을 감동시킴이 이와 같았다. 상을 당하여서는 곡하고 슬퍼하는 절차와 장례를 지내는 절차가 법도에 맞아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三十리나 되는 태산 준령(泰山峻嶺)이 막힌 먼 곳에다 장사를 모셨는데 날마다 찾아가 곡하기를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형 세분과 동생이 하나인데 우애가 매우 독실하여 항상 한 방에 모여서 침식을 같이하면서 잠시도 떨어져 지내지 않으니, 고을에서 모두 칭송하였다.
배위(配位)는 김해김씨(金海金氏)로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의 후손인 김성대(金聖大)의 따님이다. 평소에 부덕을 갖추시어 시아버지를 공경으로 모시고 남편을 예의로써 받들었다. 그러다가 공이 병환이 나서 고치기 어렵게 되자 단(壇)을 설치하여 하늘에 빌면서 자신이 대신 죽겠다고 하였으며, 손가락을 잘라 피를 흘려넣자 거의 죽어가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공이 돌아가시자 남편을 따라 죽으려고 약을 마시기도 하고 혹은 목을 매기도 하였으나 그때마다 집안 사람에게 발각되어 함께 죽겠다는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렇게 되어 마음을 고쳐먹고 말하기를 「죽은 남편을 따라 황천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남아 있는 고아(孤兒)들을 잘 길러 남편의 뒤를 잇게 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하고는 이에 아들들을 의로써 가르치면서 언제나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부지런히 글을 읽기를 신신당부하였다. 또 여러 동서들과 화목하게 지내면서 돈 한 푼이나 곡식 한 톨도 따로 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어려운 일이라고 칭찬하였다.
생각하건대 지금 세상 사람들은 세상이 긴 밤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쓸모없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데 이처럼 효열(孝烈)이 돈독한 부부가 어디에 또 있다고 말할 사람이 있겠는가. 드디어 감탄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 말의 차례에 따라서 써서 덕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참고하게 한다.
宗黨 章燮 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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